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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Review

하나님나라에 헌신하는 알곡 공동체 일군다, 박원호 목사

창조의흔적 2014. 5. 29. 03:31

하나님나라에 헌신하는 알곡 공동체 일구는

박원호 목사


건물을 소유하지 않고, 헌금 50%는 교회 밖을 섬기는 일에 사용하며, 담임목사도 10년이라는 임기로 사역해야 한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주님의교회를 대표하는 수식이다. 담임목사가 4번 바뀌었으니 이런 기초가 흐려 질만도 한데, 더 공고해 진 느낌이다. 오히려 12단계 성경공부와 선교지 기독교교육을 세워가는 일에까지 힘을 내고 있다. 리더가 중요하다는 말이 떠오른다. 교회의 전통을 지키며, 하나님나라를 위한 사역을 확장해 가는 박원호 목사를 만나보았다. 



7년 전, 교회에 부임하실 때 교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들었습니다. 


앞선 3대, 4대 담임목사 두 분 모두 3년 9개월씩 밖에 사역하지 못하고 떠나셔야 했습니다. 그 때문에 교회는 담임목사 없이 1년을 지내야 했고요. 어려운 시기를 이겨가기 위해 중보기도 팀이 계속 기도로 섬기셨더군요. 그분들의 기도로 제가 담임목사로 교인들과 하나 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분들이 기도해 주셔서 교회가 잘 세워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롭게 보이는 비전을 제시하셨습니다. 


부임하고 2년째 되던 해, '하나님나라에 헌신하는 알곡 공동체'를 교회가 나아갈 비전으로 교인들에게 나누었습니다. 먼저 하나님나라를 목표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하나님나라는 성경을 관통하는 일관된 하나님의 비전이라고 신학교에서 가르치는데, 목회 현장에서는 적용이 쉽지 않은 주제이지요. 


하나님나라를 죽음 뒤에 이어질 천국으로만 이해하는 개념이 널리 퍼져 있으니까요. 의와 평강과 기쁨으로 이 세상에 다가오는 하나님나라로 여기는 이해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를 교인들이 잘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12단계 성경공부를 진행했습니다. 과정은 조금 깁니다. 12단계를 수료하는 데 4년 정도 필요하지요.


12단계 성경공부는 어떤 내용으로 이뤄졌는지 궁금합니다. 


12단계 성경공부는 모두 하나님나라를 주제로 이뤄집니다. 성경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교육이 중심이고, 후반부에 가면 신학적 성찰이 쌓일 수 있도록 돕는 과정입니다. 


1단계는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무엇인가에서 시작합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성경이 이야기하는 의미들을 함께 돌아보도록 했습니다. 다음으로 하나님나라와 관련된 성경 속 단어와 이야기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더불어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살펴보며, 성경이 말씀하는 하나님나라에 관해 자세히 배우고요. 


이후에는 우리 삶에서 하나님나라가 어떻게 실현되어야 하는지,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야전사령관 같은 성도가 되도록 돕는 과정이 이어집니다. 너 나아가 첨예한 논쟁이 있는 신학적 주제를 하나님나라 관점에서 어떻게 볼 것인지 함께 생각하도록 합니다. 생명 복제 등의 윤리 문제, 자본주의나 공산주의 같은 사회적 이념 등에 대해서도 세계관과 함께 돌아봅니다. 


성경공부를 시작할 때 중요한 건, 12단계 과정을 어떻게 진행되는지 교인들이 한눈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A4 용지 한 장으로 1단계부터 12단계까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떻게 이어지는지 알 수 있게 했습니다. 그래야 무엇을, 어떻게, 왜 공부하는지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면 교인들이 성경공부에 잘 빠지지 않습니다. 더 궁금해하기도 하지요. 


보통 한 단계를 3개월가량 진행합니다. 그리고 한 달을 쉬지요. 그럼 교인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배움에 충실하도록 따라옵니다. 2008년, 12단계를 처음 시작한다고 했을 때, 2,000명이 신청했습니다. 모두가 끝까지 수료한 건 아니지만, 성경공부를 마칠 때, 4년을 개근한 교인이 600명이 넘었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하나님나라와 더불어 강조하시는 알곡 공동체의 의미도 궁금합니다. 


많이 듣는 이야기겠지만,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변화하고, 하나님나라를 이뤄가는 건 제도도 조직도 아닌 사람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알곡 공동체는 하나님나라 백성이 되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평신도라는 표현을 교인들에게 사용하지 않습니다. 교회 조직상 교인들을 가르치고 섬기는 목회자가 있지만, 우리는 모두 맡은 사명이 있는 하나님의 사람이고 성도입니다. 그래서 늘 교인들에게 당부합니다. 세상으로 나아가라고 말이지요. 결국 저보다 교인들이 더 어렵고 힘든 상황에 놓입니다. 세상에서 성도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12단계 성경 공부에서 성경과 함께 신학적 주제들을 가르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힘든 길을 걸어가야 하는 교인들이 세상에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자신의 신앙을 변증하도록 돕기 위함이지요. 제 역할은 돕는 일입니다. 그리고 제가 교인들과 함께 하나님나라의 백성이 되어가야 합니다. 


저는 바름을 강조합니다. 하나님나라는 의와 평강과 기쁨에 있습니다. 의, 즉 바름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지요. 헌금 50%를 교회 밖을 위해 사용한다는 방침을 지키는 것도 바름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정의 생활비 50%를 외부에 상용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고통을 감내하며, 많은 부분에서 더 검소하게 살아야 할 겁니다.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빛과 소금이라는 평가와 바름을 회복하기 위해 많은 교회가 함께해도 좋겠다고는 생각도 합니다. 


교육 선교에도 집중하고 계십니다. 


케냐 교회 총회가 예장통합 총회를 통해 주님의교회를 찾았습니다. 케냐가 영국 식민지였는데, 영국교회의 교회학교 교육은 전무합니다. 교육은 학교의 몫이라 여기는 탓이라고 하더군요. 그 덕분에 학교의 무슬림들이 기독교인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은 계속 무슬림으로 자라가는 기이한 현상이 편만하다고 들었습니다. 


기독교교육의 보급이 시급하다는 걸 깨닫고, 교회에 국제교육선교센터를 세웠습니다. 교제와 교육 방법을 연구하고, 케냐 교회에 보내면 피드백이 돌아옵니다. 이를 기초로 내용을 수정해서 교육 방법과 방향을 다듬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는 기독교교육 전공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오랜 준비 끝에 내년에는 케냐에 최초의 기독교교육 전공이 만들어집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곳은 케냐뿐이 아니었습니다. 케냐 교회에서 다녀간 뒤, 베트남 교회에서도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헝가리 교회에서도 같은 내용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님의교회에 주신 선교 사명이라고 여기고, 최선을 다해 감당할 계획입니다. 기독교교육이 없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 교회 전역을 바라보는 사역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어떤 목표가 있는지요.


우선 12단계 성경공부를 진액만 모아 2년 반 과정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3번째 진행하는 과정입니다. 3년 후, 제 임기를 마치고 교회를 떠나게 되었을 때, 후임 목사님께서 교회의 정신을 잘 이어가시도록 길을 준비해 나갈 계획도 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장로교회의 전통이 제대로 서도록 저는 청빙에 일절 관여하지 않을 것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