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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Review

생명 사랑하는 청지기,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

창조의흔적 2013. 6. 22. 03:45

생명을 사랑하는 청지기의 삶을 살다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

 

우리는 청지기라는 표현을 자주 쓴다. 그리고 충성스러운 청지기가 되고 싶다. 맡겨진 달란트를 땅에 묻어두고 주인이 오기만 기다리는 사람이 되기는 싫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위임한 최초의 달란트, 창조 세계를 지키는 일에 대해서는 어떤 자세로 살아갈까. 노력은 하지만, 너무 깊이 관여하지는 않는 정도일까? 최근 환경 분야에서 가장 좋은 청지기는 최병성 목사일 것이다. 창조 세계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 그는 환경단체들도 혀를 내두르는 1인 환경운동가다.


그의 글에는 아름다움을 향한 경외감이 가득하다. 심지어 자연 속에서 찾은 아름다움을 표현한 글을 보면, 혹시 여성이 쓴 글은 아닐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감수성이 풍부한 정도가 아니라 글에 감수성이 들어찬다고 해야 옳다. 50대 후반 남성의 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크고 화려한 꽃을 수십 송이씩 달고 있는 친구들 사이에서 작은 꽃 한 송이를 피워 올린 친구는 남들과 지신을 비교하지 않습니다. 내가 남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고, 자신만의 꽃을 최선을 다해 피워 올린 것입니다.' <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 .


그리고 그는 작은 꽃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새롭게 이어간다. 달란트의 비유를 들어 꽃들은 왜 내게 한 달란트만 맡겼느냐고 비교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이렇듯 그는 자연을 통해 하나님의 이야기를 듣는 귀도 남다르다. 그의 책 <소박한 기쁨><들꽃에게 귀 기울이는 시간>은 따뜻한 글쓰기가 유독 어려운 기자에게 감수성에 대한 도전을 준 책이기도 하다.


도전을 받은 까닭은 그가 따뜻한 글만 쓰는 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누구보다 날카롭고 차가운 글을 쓰는 기자이기도 하다. 특히 하나님이 지으신 아름다움을 자신의 욕망을 위해 파괴하려는 거짓 앞에 서면 그의 글은 욕망의 증거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드러낸다. 그리고 지적을 받은 사람들은 그 글 앞에 제대로 된 반박도 잘 펼치지 못한다.


대체 어떤 사람일까. 사실 그는 환경운동가다. 그것도 보통 환경운동가가 아니다. 많은 환경단체가 혀를 내두르며, 칭송하는 1인 운동가이다. 단체들도 제대로 못 하는 일을 혼자 해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목사라는 점이다. 환경단체보다 영향력이 큰 1인 운동가도 보기 어려울 텐데, 목사 환경운동가라니 생각할수록 정말 독특하다.


목사 최병성


그는 친구를 통해 하나님 앞에 나왔다. 그 친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좋다는 대학교 법대에 장학생으로 들어갔다. 뛰어난 인재였고, 앞길이 창창한 친구였다. 정말 좋은 친구, 였다. 대학에 입학하고 얼마 안 되어서 갑작스레 친구는 죽음을 맞이했다. 신장이 좋지 않았다. 이 일로 최병성 목사는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인생이 정말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절실히 들면서 하나님의 뜻대로 제대로 살아야겠다고 결정했다.


친구의 죽음은 그에게 두 몫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결국, 최병성 목사는 고민하던 신학과로 진학하기 위해 다시 입시생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장신대 신학과에 입학한다.


사실 죽음이 멀지 않다는 사실은 어린 시절부터 알았다. 부모님께 배운 건 아니었다. 그의 놀이터였던 공동묘지에서 배웠다. 가난했던 그에게 뒷산과 공설묘지는 좋은 놀이터였던 터다. 그의 집 뒷산을 넘어가면 있던 인천 부평 공설묘지에서 놀면서 배운 사실이었다. 이는 포기하며, 내어놓는 법을 배우게 했다.


신학생 시절, 그는 소망교회에 고등부 교사로 봉사했다. 1년 정도 봉사를 한 그에게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잡지 형식의 쪽지를 발행할 기회가 왔다. 교회로부터 전권을 위임받는 그는 홀로 편집 업무를 감당하며, 쪽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상은 직장인 청소년과 소년원에 있는 청소년으로 잡았다. 즐거웠지만, 대형교회에서 느끼는 한계가 있었다.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었던 최병성 목사는 청량리 588에서 부랑자들과 동고동락했다.


94, 장신대 신대원을 졸업한 최병성 목사는 바로 강원도 영월로 내려간다. 평소 수도사의 영성을 갈망했던 터라, 자연 속에서 하나님을 깊이 만나고 싶었다. 주요 일상은 자연 속에서 말씀을 보고, 묵상하고, 기도하는 것이었다. 물론 잘 알던 선배 목사의 요청으로 근처 교회에서 2년 정도 전도사로 주일마다 섬기기도 했다. 그리고 강원도 영월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이후 딱히 담임목사로 활동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깊은 인연을 맺게 하신 특별한 교회는 있다. 10년 전, 경기도에 있는 대형교회인 A교회가 담임목사 문제로 분란에 휩싸였다. 당시 교회의 요청으로 청년부를 담당하며, 주일 예배 설교 목사로 1년간 섬긴 적이 있다. 이 교회가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10년 후인 2012, 다시 담임목사 학력 위조 문제로 교회에는 분란이 일었다. 교회는 설교 목사로 다시 최병성 목사를 모셨다.


최병성, 복음에 안기다


여러 고민이 있었지만, 그는 교회에 다시 복음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으로 돌아갔다. 벌써 6개월 전의 일이다. 그리고 하나님이 자유하게 하시는 복음을 선포했다. 사실 그는 한국교회에 복음과 십자가 구원을 안다고 말만 많고,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현실에 늘 안타까웠다. 십자가 사랑을 통해 구원받고 천국에 간다는 이상을 이야기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복음을 이야기하지만, 복음을 모르는 세대라고 할 수 있지요. 신학교에서도 복음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신학은 배우지만, 정말 예수가 우리 삶에 온 의미가 무엇인지 풀어서 눈을 열어 주는 배움이 없다는 의미인데요. 그래서 사람들이 복음에 안기어 자유로움을 누리도록 설교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달라지는 모습이 보입니다. 속에 눌렸던 것들, 신앙이라는 짐 때문에 눌렸던 것들이 풀리니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밖에 없지요."


최병성 목사가 설교하고 한 달 정도 지나자 교인들은 많이 변했다. 이전에는 예배 후에도 1층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는데, 그런 일이 사라졌다. 서로 분기탱천하여 분노에 휩싸여 있었던 교인들은 이제 얼굴도 많이 폈고, 교회에 나오는 일이 행복해졌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말하는 복음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사실 오래된 미래라는 말처럼, 너무 오래전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사실이다. 그 말씀이 우리 삶에 와 닿지 않았을 뿐이다. 세대의 메시지와 성경의 말씀이 뒤섞여 우리에게 고통을 줄 때가 있다. 최병성 목사에 의하면, 우리는 하나님께 구원받은 뒤, 구원받을만한 자였다는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거저 받은 값싼 은혜를 거부하자고 말한다. 그런데 그건 우리가 복음과 예수의 십자가를 거부하는 일이다.


"예수의 십자가는 우리가 구원받을 가치가 있는지 증명해 보라고 하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가치는 하나님께서 십자가 사랑으로 증명하셨기 때문이지요. 하나님의 자녀로, 그 사랑을 기뻐하며 살아가는 게 복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하나님 앞에 내가 예배와 찬양과 봉사를 통해 나를 증명하는 일이 신앙이라 생각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예수의 십자가와 복음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가치를 우리에게 주셨다는 사실이지요. 우리는 그 가치를 누리면 됩니다.


성경을 읽다가 눈에 들어온 두 단어가 있었습니다. 그건 왔다(came)와 주었다(gave)라는 단어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오셨다는 걸 너무나 잘 알지요. 그건 우리에게 하나님 앞으로 나오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 삶에 찾아오셨다는 의미입니다.


그분은 내 곁에 계시고, 늘 나와 동행하시며 내 곁에 와 계신 데, 교회에서는 하나님 앞에 나오라고 들어요. 그리고 교회에서 드리라고도 듣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하나님께서 주셨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많은 걸 주셨습니다. 우리는 생명과 은혜를 받았습니다.


결국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것을 누리는 게 신앙입니다. 하나님이 우리 곁에 오셨다는 사실과 모든 것은 내어주셨다는 진짜 의미를 알면, 삶이 바뀔 수밖에 없는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 값싼 은혜가 되는 건 의미를 참된 의미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복음을 이야기할 때면 최병성 목사는 가슴이 늘 뜨겁다. 칼빈은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최병성 목사는 한국교회에 '복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그는 지난해 10년 전 영월 서강에서 깨달았던 복음의 은혜를 책으로 내기도 했다. 제목은 <복음에 안기다>. 그의 말을 듣고 나면 복음에 안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새삼스럽다.


환경운동가 최병성


최병성 목사의 환경운동은 영월 서강에서 시작했다. 영월 군수가 서강에 쓰레기 매립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던 시기였다. 그는 이 사실을 견딜 수 없었다. 생명의 근원과도 같은 강에 매립지를 건설한다니,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었다.


그는 강을 사랑했다. 그에게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의 참된 아름다움을 너무나도 잘 알려준 곳이었다. 그리고 자연 안에 담긴 하나님의 말씀을 듣게 도와준 장소가 서강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두 권의 책을 쓰셨습니다. 바로 성경과 자연입니다. 자연은 성경을 쓰시기 전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장소입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시고 보시기 좋았다고 감탄하신 곳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인간은 자연을 보는 감탄과 하나님이 자연을 통해 말씀하시는 것을 들을 귀를 잃었습니다."


결국 쓰레기 매립장 반대운동을 하면서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단 한 번도 환경운동을 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그였다. 처음에는 두려움이 컸다. 거대 자본과 권력이 그의 대상이었던 까닭이다. 그리고 최병성 목사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로 이 사실을 전하기 시작했다.


한 인터넷 언론 시민기자이기도 한 그는 단 한 번의 정정 보도를 낸 적이 없을 정도로 정확한 기사를 작성했다. 실제로 소송이 걸리기도 하지만, 법정에서도 진 적이 없다. 사실만을 정확히 집어내도록 하나님께서 눈을 열어주셨기 때문이다. 쓰레기 매립지와 강변에 쓰레기 시멘트를 바르던 재벌들과 싸운 최병성 목사는 교계보다 사회에서 더 먼저 알려졌다.


"서강에서 배웠어요. 여울은 왜 지고, 피라미 등 물고기들은 어디서 어떻게 알은 낳고 번식하는지. 물고기 종류는 무엇이 있고, 어디서 무리지어 살아가는지도 서강에서 배웠습니다. 하나님께서 준비시키신 것 같아요. 강을 망치고 더럽히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강을 알게 하신 거지요."


그의 내공은 4대강 사업을 통해 드러났다. 그는 환경에 어떤 문제점이 있고, 강을 파헤치면 왜 안 되는 지 조목조목 짚어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누리꾼들은 예언자가 아닌지 칭송했다.


"예언자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건 예언이 아닌 상식이다. 강을 알면 당연히 인과관계를 볼 수 있는 사실이다. 외국의 경우, 이제 강을 파헤치고, 운하를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운하를 허물고, 다시 습지와 모래사장이 돌아오도록 한다. 강에는 그게 최선이라는 사실을 배운 것이다."


'사랑이 원동력이다'


최병성 목사는 개발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은 아니다. 꼭 필요한 개발, 관리를 위한 개발, 버려진 황무지를 아름답게 일으켜 세우는 개발은 찬성한다. 하지만 그가 참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탐욕으로 인한 거짓된 개발이다. 그는 그렇게 계속 거짓과 싸워왔다.


그는 늘 외롭게 환경을 지켜왔다. 현재는 예장통합 교단 환경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할 만큼 교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외롭게 싸워야 했던 날도 많았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버텨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사랑이라고 대답한다.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싸울 용기가 납니다. 실제로 친한 친구가 어려움을 당해도 막아설 텐데, 우리가 사랑하는 존재에게 해를 가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 아름다움을 파괴하는 거짓에 분노합니다."


그런 그도 앞으로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싶다. 물론 아직도 싸워야 할 자잘한 주제들이 많이 남았지만, 가장 큰 주제는 원전이다. 최병성 목사는 원전을 인류에게 가장 큰 재앙이 될 존재로 여긴다. 실제로 하나님이 주신 태양과 바람으로도 충분한 에너지 생성이 가능한 시기라는 점도 강조한다.


"그동안 전문적인 지식을 대중의 언어로 풀어낼 수 있었다. 그게 내 힘 중의 하나였다. 어떤 것이 문제인지 사람들이 잘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나가고 싶다. 내가 할 일은 대안을 제시하면서 깨어내는 것이다. 교회를 깨어내야 한다. 이 땅의 사람들에게 지구를 지키기 위해 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지난 기사 포트폴리오로 올립니다. 

월간 <빛과소금> 2013년 6월 호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사진 저작권은 전부 <빛과소금>에 있습니다.

http://www.duranno.com/s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