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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Review

불행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행복 전도사, 이병욱 박사

창조의흔적 2013. 6. 19. 07:32

불행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행복 전도사

이병욱 박사


드라마보다 현실은 더욱 가혹하다고 했던가. 우리는 행복할 조건이 많은 불행한 시대를 산다.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에 있지만, 행복지수는 OECD 34개국 중 26위에 머문다. 자살률과 우울증을 앓는 비율은 세계 1위다. 외적 조건은 계속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왠지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다. 늘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려야 한다.

 

어쩌면 암 환자들은 더욱 심한 피해의식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생명마저 사라져 간다는 현실을 직면해야 할 테니. 그런데 그런 암 환자에게 늘 행복을 강조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암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마음과 영혼까지 '힐링'하는 진짜 명의. 암 전문의로 보완통합요법을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한 외과의사로도 잘 알려진 이병욱 박사다.

 


그가 얼마 전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책을 냈다. 책 제목은 <행복한 마음>. 암 환자들도 그와 함께해서 행복하다고 고백한다는 이병욱 박사가 행복을 이야기한다니 흥미가 안 생길 수가 없다. 새 대통령도 국민 행복을 강조하는 시기, 그를 만나보자.

 

암 수술전문 외과의사로 보완통합요법으로 예방에 중점을 두는 의술을 펼치시는 의사로 유명하십니다. 이번에 특별히 행복을 주제로 책을 쓰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암 환자를 치료하면서 왜 암이 왔을까 고민했습니다. 답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감정이에요. 암 환자에게 행복하다고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행복은 우리 가까이에 있고 우리 마음속에 있는데 우리는 잘 모르잖아요. 내 시야와 가치를 조금 변형시키면 하나님을 주신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 책을 쓰게 됐습니다.

 

2013년의 키워드로 행복을 꼽으셨는데요. 이유가 있을까요?

 

불행한 시대를 같이 산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습니다. 새로운 정부도 '국민 행복 시대를 연다'는 구호를 외칠 정도니 말이죠. 대한민국이 행복해야 즐겁게 열방을 섬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행복에 대해 잘 정립하면 10, 20년 후에 세계를 섬기는 귀한 일들을 더 크게 감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행복해지면 세계인이 대한민국을 보라고 말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잘 섬기니 행복하게 잘 살아가지 않느냐고 이야기할 것이고요. 음악이나 드라마 등 문화를 수출하는 것보다도 복음을 세계에 널리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복음으로 세상을 섬기기 위해서는 개인과 가정, 국가가 먼저 행복해야 합니다.

 

행복은 전염성이 있어요. 내가 행복하면 다른 사람도 행복해집니다. 행복한 가정을 보면, 불행하다고 느끼는 가정도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집니다. 그렇기에 행복한 가정과 사람이 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입니다.

 

박사님은 시쳇말로 '잘나가는' 유명 의사이십니다. 박사님의 외적 요인만 보고, 행복할 요건을 갖추었으니 행복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는데요. 의사라서 행복하신 건지요?

 

자신의 사명과 가치를 발견하면 누구든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심으로 그 가치만큼 하나님이 나를 가치 있게 여긴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존재감에 대한 행복을 느낄 수 있겠어요. 그것을 외면하면 정말 불행해집니다.

 

행복한 의사도 있고, 불행한 의사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외과 교수 시절, 응급환자 수술을 많이 했습니다. 10시간 이상 걸리는 수술도 많았지요. 수술한 의사는 밤새 수술을 했으니 잠을 못 잡니다. 그렇지만 사람을 살렸으니 얼마나 행복했겠어요. 한 사람 죽어가는 생명을 살렸으니.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고, 전도할 수 있는 영혼이 죽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지요.

 

그런데 불행한 의사는 그 환자 때문에 잠 못 자고 고생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쉬는 시간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면 불행해 지기 시작합니다. 생명에 가치를 두기보다는 생명 외에 세상적인 가치에 더 높은 기준을 두었기 때문이지요.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을 찾는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직업이 삶의 방편이고, 먹고산다는 가치에서 머문다면 우리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지요.

 

존재 가치를 발견하고, 하나님의 가치를 발견해서 사명자로 살아간다면 무슨 일을 해도 보람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저는 소명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과 전문의에서 행복 전도사의 삶으로 방향을 전환한 이유나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외과 교수로 많은 수술을 할 때도 참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암 환자를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것이 더 행복합니다. 수술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암을 고치는 데 있어서 수술만이 능사는 아니지요. 약물치료나 방사능 치료도 하지만 식이요법, 심신의학, 웃음치료나 눈물치료 등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런 치료법을 도입하고, 암 환자들이 행복해합니다. 2년밖에 못 살 것이라고 했던 환자도 7년 넘게 살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고쳐주시는 것도 경험합니다. 제가 고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케어'할 뿐입니다. 환자를 '힐링'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세요. 저는 그저 치유하시는 역사에 의지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우리가 알고 있는 의학 지식을 통합하고 보완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식이요법은 어떻게 하고, 잠은 어떻게 자고, 운동은 어떻게 할지 고민합니다. 그다음 예수님 잘 믿게 돕습니다.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도록 섬기는 것이지요. 우리 인생에 집중하지 않고 육신의 생명을 마감한 후, 영생을 향해 달려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듭니다. 예수님을 믿게 하는 의학이지요. 이것이 중요합니다. 그럼 100년을 사는 생명에서 영생을 사는 인생으로 전환할 수 있어요.

 

우리는 보통 행복의 조건을 밖에서 많이 찾습니다. 원장님께서는 행복을 찾는 가장 중요한 곳은 마음이라고 말씀하십니다. 특별히 외적 조건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바꾸라고 말씀해 주고 싶으신지요?

 

행복은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릇 지킬만한 것 중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라'는 잠언 말씀에서 보듯 행복은 마음 지키는 것입니다. 스스로 행복한 마음을 갖도록 하나님을 의지해야 합니다. 그럼 행복은 소유에 있지 않고, 외적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이미 우리에게 행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예수님이 모두이며, 전부이십니다.

 

내가 예수님을 통해 영생을 큰 선물로 받았다면, 자질구레한 명예··권력에 집착하지 않겠지요.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면 내 주위에 있는 세상적인 가치가 너무 크게 보입니다. 결국 그것이 우상이 되지요. 행복을 단절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 가치를 사명에서 발견한다면, 내가 구원받은 자체로도 얼마나 감사하게 될까요. 그 하나만 붙들어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행복하기 어려운 시대에 산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행복은 상대적이라 규정하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행복도 이렇게 상대적인 시대에 우리는 행복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행복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겨야 합니다. 남과 비교해서 나 자신을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이 바라보는 나를 생각하고, 내 속에 있는 좋은 가치를 발견해야 합니다.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대화 나눌 수 있으며, 내가 일할 터전이 있고 만나는 동료가 있다는 사실은 일상의 보석 같은 가치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이기적으로 이래야만 행복하다는 상대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요. 세속적 가치를 단절해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또한 행복의 원리도 잘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예배하는 것이 행복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구원의 기쁨을 누리고 살아간다는 사실로 행복하기 때문이지요. 개인적으로도 2006년부터 이번 주까지 눈물이 없었던 주일 예배가 없었습니다. 나 같은 죄인을 구원해 주신 것을 감사하고, 우리 가족을 구원해 주시니 감사하지요. 환자들 섬길 수 있도록 해 주시고, 그들을 치료하시는 하나님을 생각하면 또한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암이 나아가는 환자들이 복음을 통해 영생을 선물로 받았다고 고백하면 감격합니다. 일상에 우리의 행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내 기준으로 판단하지 말고, 하늘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내 가치를 일상에서 발견해야 해요. 세상적인 가치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말이죠.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고, 우리 신분이 상승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만족할 수 없더라도 예배하고, 위로받을 가족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연습을 해갈 필요가 있습니다.

 

행복은 연습하는 것이라고 책에서 말씀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습하면 좋을까요? 원장님께서 실천하는 행복 연습법이 있으신지요?

 

저는 1+1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내가 행복하면 다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행복을 실천하고, 나누는 일이 실천 방안입니다. 함께 기뻐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저는 아내에게 하루 3번 전화합니다. 아침에 병원에 오면, 병원에 잘 도착했고 아침을 해 주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고백해요. "오늘 아침 된장찌개 너무 환상적이었어요. 당신과 함께해서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합니다. 그럼 함께 웃어요. 이렇듯 가족과 아내와 함께하는 것에서 기쁨을 누리도록 연습해야 합니다.

 

또한 지속해서 행복한 섬김을 실천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가치로 섬길 수 있는 선교지나 터전을 찾아야 한다. 저는 24년 동안 필리핀 의료 단기선교를 다녀오고 있습니다. 가족이 함께 갑니다. 교회 사람들과도 함께 다녀오지요. 그렇게 섬기면 눈만 마주쳐도 행복한 마음으로 함께 감당할 수 있습니다. 의지를 가지고, 가족 안에서부터 연습해야 합니다. 교회에서 일터에서도 행복을 훈련할 필요가 있어요. 힘들어도 행복해도 웃고, 다른 사람에게 미소를 선물하면 좋습니다.

 

행복을 연습하기도 전에 세상을 등지는 청소년들이 많다.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세대가 행복함을 찾으려면 무엇을 찾아야 할까요?


우리 청소년들은 정말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입시 지옥이라는 말에서 자유롭지 못하잖아요. 무엇보다 자녀에게 소망을 주면서 위로하고 격려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하늘 가치를 알려주고, 사명을 발견하게 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왜 이 땅에 보냈는지 알 수 있도록 도와주고, 존재 가치를 인정한다면 절대 자살을 생각하지 않아요. 십자가를 지신 가치만큼 날 귀중하고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아들만 둘입니다. 아이들과 새벽기도도 가고, 큐티도 함께합니다. 큐티하고 나면 손잡고 기도합니다. 함께 울면서 안아줍니다. 그리고 서로 사랑한다고 고백해요. 하나님께서 너를 사랑한다고 서로 고백해 줍니다. 그러면 정말 행복해요. 사랑을 표현하고, 안아주어야 합니다.

 

이 시대의 아이들 정말 불행합니다. 얼마나 힘들면 죽겠어요. (눈물로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이병욱 박사.) 우리 시대도 중요하지만, 이 땅의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행복한 대한민국이 되기를 바랍니다. 기성세대가 희망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보여주지 못하니, 청소년들이 절망을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기성세대가 양보하고, 그들의 자리도 마련해 주어야 해요.

 

평화가 행복을 위한 재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나라는 늘 불안정과 싸워왔습니다. 특히 전쟁의 위협이 없었던 시기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북한과도 여전히 대치 중입니다. 평화를 위해 자비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유가 있는지요?

 

경쟁으로 치닫는 시대를 삽니다. TV에서도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즐비하지요. 우리가 경쟁 관음증에 걸려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이 말씀으로 시대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누군가는 용서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전쟁 가운데서도 긍휼과 자비를 베풀어야 전쟁이 끝나니까요.

 

하나님의 사랑으로 다가가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911테러 이후 새로 짓는 건물 비용으로 이슬람을 섬겼다면 더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인은 다른 사랑을 소유했구나 생각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더 넓고, 코고, 깊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긍휼과 자비의 마음을 갖는다면 전투 중에라도 더 하늘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전쟁도 빨리 종식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상황 윤리에 따라 예민한 부분도 있지만,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어떤 선 안에서는 적절한 대항이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대화하고, 실천하고, 도와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극한 대립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을 때 평화의 길이 열릴 것 같습니다.

 


행복(happy)happen에서 파생한 단어라고 하셨습니다. happen은 순간인데 사람들은 오랫동안 아니 영원한 행복을 기대합니다. 행복함이 오래가는 비결이 있을까요?

 

계속 강조하지만, 내가 하늘의 가치를 눈떠야 합니다. 영원한 가치로 살아가는 행복이 중요합니다. 하나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고, 사명을 발견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주변에 있는 작은 가치에 행복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연습을 계속하고, 하늘의 가치로 기뻐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지속적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지난 기사 포트폴리오로 올립니다. 

월간 <빛과소금> 3월 호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사진 저작권은 전부 <빛과소금>에 있습니다.

http://www.duranno.com/s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