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연말이 시나브로 찾아온 느낌이다. 피곤함에 절은 몸이 자연스레 움츠러드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11월을 느끼게 한다. 오늘 만난 노숙인도 나와 같은 모습이다. 주변을 살피고, 두리번거리는 게 분명 노숙인이다. 바람만 겨우 피할 수 있는 강변 CGV 영화관 벤치에 누가 보든 상관없이 눕는 모습이 익숙해 보인다. 바닥이 차가울까 걱정하지만, 추위를 피해 몸만 누일 수 있다면 그런 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런데 자세히 보니 덩치 큰 하인을 두었다. 마님이라 부르는 남성이 극구 만류해도 자리를 깔고 눕는 강단엔 소용이 없다. 노숙인이 하인을 부리다니. 분명 무엇인가 있는 사람이다. 그것도 다른 이의 눈 따위 의식하지 않는 여성. 가까이 가보니 술 냄새도 나지 않는다. 멀쩡한 정신에 자연스럽게 영화관에서 누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