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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Review

예술 통합교육의 대안이 되다, 다다예술학교

창조의흔적 2014. 5. 29. 02:53

예술 통합교육의 대안이 되다

다다예술학교


지난 2013년, 명동예술극장에서는 '광부 화가들'이란 작품이 공연됐다. 193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의 광부 화가공동체인 애싱턴 그룹의 실화를 소재로 한 연극이었다. 예술을 통해 광부들의 삶이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의 그림은 당시 영국에 큰 충격을 준다. 예술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만큼 큰 힘이 있다. 충북 청원군에 있는 다다예술학교의 힘은 예술이 갖는 힘을 넘는 무엇이 더 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예술보다 더 큰 힘은 무엇인지 학교를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얼마 전 방송된 '굿닥터'는 오랜만에 만나는 착한 드라마였다. 병원에서 있을 법한 권력 투쟁도, 의사 정신을 잃었던 의사도 모두 한 사람 덕분에 선한 방향으로 변한다. 진짜 의료, 진짜 병원이란 무엇인지 시청자들에게도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이런 변화를 불러온 드라마의 주인공은 자폐가 있는 장애인이었다.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특별한 경우였다. 한 분야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보기 드문 증상이라고 한다. 이 드라마가 한창 인기 있을 때, 다다예술학교의 한 선생님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소개됐다. 


주인공은 오유진 선생님이었다. 자폐증이 있지만 한 분야에서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아스퍼거증후군'의 오 선생님. 대학원에서 작곡과까지 마친 그는 천재 피아니스트 발달장애 아동을 그린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오 선생은 다다예술학교의 모습을 잘 설명해 주는 좋은 사례다.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이 예술을 중심으로 공부하는 학교는 전국에서 다다예술학교가 유일한 까닭이다. 그렇다고 아스퍼거 증후군의 학생들만 가르치는 건 아니다. 비장애 학생들과 장애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통합예술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가족이 되어 가는 사람들


다다예술학교는 참 신기한 학교다. 비장애 학생들이 찾아와 장애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어울리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다. 장애에 관한 세상의 편견은 여전히 심각한데. 일방통행의 감정 교류가 많은 자폐 친구와 서로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비장애 학생들을 볼 수 있다니. 서로 친구가 되어준다는 의미가 새삼스럽다. 


물론 처음부터 비장애 학생들이 장애학생과 어우러지는 건 아니다. 예술학교에 관심을 보이던 부모들도 장애학생과 함께 공부한다는 이유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장애, 비장애 아이들이 이곳에서 웃으며 자신만의 색깔을 찾게 되는 이유, 의외로 간단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함께 지냅니다. 24시간을 함께한다는 의미입니다. 중요한 건 서로 이해하는 일인데, 자폐증이 있다 보니 그러기가 쉽지 않거든요. 함께 살면 이해하는 자세가 달라집니다. 다른 행동을 보이는 친구, 형, 동생의 모습을 받아드리게 되는 것이죠."


이은희 교장은 함께 어우러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건 교장으로 지내면서 아이들과 멀리 있지 않기에 가능하다. 그는 24시간 아이들과 함께 지낸다. 기숙학교로 운영되는 특성상 사감이 필요한데, 이은희 교장은 직접 사감으로 아이들을 섬긴다. 


1. 이은희 교장, 2. 함께 공부하는 교실, 3. 음악치료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실제 이은희 교장의 가족 모두 학생들과 함께 지낸다. 이은희 교장의 남편은 공립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도 일을 마치면 학교로 와서 함께 아이들과 지낸다. 미술을 전공한 딸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간 강사로, 학교 일을 돌보는 여러 일을 감당한다. 


가족처럼 지낸다는 말이 듣기에는 좋지만 쉽지 않다. 가끔은 우리 가족끼리도 힘든데, 다른 이들과 가족이 되는 일은 오죽할까. 그런데도 다다예술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은 모두 가족이 되어 간다. 그 힘은 과연 어디서 오는 걸까. 


통합교육으로 가는 길


인터뷰 도중 한 선생님이 눈물을 흘린다. 교장 선생님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아파하는 모습에 함께 눈물을 쏟을 것 같았는데, 용케 참았다. 


"가끔 교장 선생님에게 학교를 오래 하시려면 좀 쉬셔야 한다고 말씀드려요. 저도 젊은 시절엔 24시간 장애 학생들과 지내는 곳에서 일했어요. 보람차고 좋았지만,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그른데 교장 선생님은 주말에도 이 아이들을 돌보셔야 해요. 주말에도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이 있거든요. 저희야 주말에 의도적으로 생각 안 하면서 쉴 수 있지만, 교장 선생님은 그럴 수 없잖아요.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늘 눈물만 먼저 흘러요."


다다예술학교에는 35명의 선생님이 있다. 상근 교사는 10명, 강사로 봉사해 주는 교사가 25명이다. 학생 수가 40명인 걸 생각하면 무척 많다. 상근 교사들은 수업과 행정만 하지 않는다. 청소, 빨래, 식사 준비, 학생들 약 챙기기 등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많은 일을 한다. 함께 지내는 일에, 가족이 되는 일에 얼마나 많은 수고와 헌신이 있는지 우린 모른다.


생각해 보면 이은희 교장을 비롯한 모든 교사는 학생들의 엄마가 되어주는 것 같다. 생각해 보라. 집에서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집안일을 매일 같이 수고롭게 감당한다. 밖에서 일하는 엄마도, 집에 오면 가족을 위해 보이지 않는 수고를 늘 아끼지 않는다. 엄마가 있기에 우리 집이 있고, 가족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선생님들은 이런 수고를 감당한다. 그리고도 아이들이 대견스럽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장애학생들은 자신들이 살면서 소통하는 힘을 기른다. 자폐증의 특성상 일방적인 감정 표현이 강하기에, 소통에는 늘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예술교육과 통합교육을 통해 이들은 조금 변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체득한다. 비장애 학생들은 더 큰 사랑과 이해심을 갖게 된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일에 이처럼 아름다운 배움이 또 있을까. 


5. 음악 천재 오유진 선생님, 6. 학생들의 스승의날 감사 편지


한동안 통합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한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장애아동은 동등한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지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비장애 아동은 장애가 있는 친구를 이해할 기회를 얻고, 서로 돕고 건강한 심성을 기르는 기회가 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 통합교육은 실패했다. 


생각해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비장애 아동 간에도 경쟁만 해야 하는 교실에서 장애아동은 그야말로 이방인이다. 성적으로도 차별할 수 있는데, 눈에 보이는 장애는 말할 것도 없다. 돌발행동을 했을 경우, 교사들도 장애아동을 대하기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장애에 대한 구체적 이해가 없는 까닭과 함께 버거운 업무가 늘었다는 생각이 교사에게도 팽배하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이 되어가는 다다예술학교의 통합교육은 진짜 대안이 된다. 사회에서 제대로 이루지 못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수준별 맞춤 학습과 자기 주도의 교육으로 가능해진다. 장애 학생들은 수준에 맞게 학습하면서 자신감을 쌓는다. 비장애 학생들도 자신이 정한 분량을 공부하며, 교과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는다. 


예술 교육도 대안 교육의 큰 축을 담당한다. 특히 아스퍼거 증후군인 장애 학생들은 예술 영역에서 두각을 보인다. 대부분 절대음감이 있고, 보통 생각하지 못했던 색과 표현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다. 미술 교과의 한 선생님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표현력과 색감에 놀랄 때가 많은데,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제가 배울 때가 많이 있다"고 말한다.


비장애 학생들에게도 이런 부분은 좋은 도전이 된다. 예술적인 교류에는 장애가 없는 까닭이다. 


다다예술학교의 미래


학교에 입학하는 건 생각보다 쉽지는 않다. 시험이 있거나 그렇지는 않다. 예비학생으로 한 주간 학교에서 살아야 한다. 서로 알아가는 과정을 먼저 갖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다. 입학하고 싶은 학생은 이곳이 자신에게 맞는지, 기존 학생들은 신입생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 살핀다. 장애 학생이 많다 보니, 이런 일이 중요하다. 결정은 학생들이 한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입학을 할 수 없다. 물론 웬만한 경우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비장애 학생들의 경우, 한 주만 이곳에서 생활해도 장애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장애를 대하는 태도가 변할 수 있는 기회라면 돈으로도 살 수 없다. 


이은희 교장은 앞으로 학생들을 더 늘려가고 싶다. 기숙 비용과 제반 교육비용 때문에 조금 비싼 등록금도 내리기 원한다. 올해에는 목회자 자녀들을 위한 입학 기회도 많이 제공할 계획이다. 목회자 자녀는 장학금 혜택이 있다. 학교는 방학이 없다. 한 학기에 1주일의 방학 기간이 있으니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언제든 입학 및 편입 문의가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043-288-5161, 홈페이지 www.ddart.org로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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