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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Review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별무리학교

창조의흔적 2013. 4. 21. 17:25

충남 금산군에 있는 별무리학교 전경. 별무리학교는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꿈꾸며 기독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첫 학교다.


교육열은 날로 뜨거워지는데, 교육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수준 높은 학습을 경험하는 아이는 많은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사실 학습과 교육을 구분하는 일도 우리 사회에서는 의미를 잃어간다. 학교는 점차 성적을 평가하는 도구로만 작동한다. 학생은 학습 능력으로만 평가받는다. 


‘배우고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이 있지만,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이 즐겁지 않다. 교사들도 변했다. 교사는 소위 ‘철밥통’이라고 하는 신의 직업으로만 불린다. 사제지간이라 말할 수 있는 관계도 찾아보기 어렵다.

기독교 교육의 현실은 더 암담하다. 우선 교과 과정의 사상적 기반이 기독교와 거리가 멀다. 교사들이 기독교 신학과 신앙에 기초한 교과 과정을 펼치고 싶어도 가르칠 수 있는 도구도 여건도 찾기 어렵다. 그런데 기독교 대안학교는 계속 늘어간다. 상황은 어렵지만 기독교 교육 실현의 꿈에 계속 도전하는 것이다.

충청남도 금산군에 있는 ‘별무리학교’도 이런 교육 현실에 도전장을 내밀며 지난 2012년 개교한 기독교 대안학교다. 현재 대안학교 절반 이상이 기독교 대안학교지만, 별무리학교는 기독교 대안학교 안에서도 조금 특별한 의미가 있다.

<CGNTV 'TV빛과소금' - 별무리학교 편 방송 보기>

기독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첫 학교

먼저 기독 교사들이 기독교 교육의 필요를 느껴 자발적으로 세운 첫 학교라는 점이 독특하다. 별무리학교는 교사선교회 교사들이 모여 설립했다. 교사선교회는 학생들을 예수의 제자 삼는 것을 목표로 공립학교 선생님들이 모인 30년 이상 된 단체다.

<생각은 결과를 낳는다>의 저자 대로우 밀러가 방한했을 때, 교사선교회 선생님들도 그의 강의를 들었다. 그는 인본주의 교과 과정과 교사들의 신앙이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이 신앙과 교과 과정을 별개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당시 초등학교 교사였던 별무리학교 박현수 교장은 그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박현수 교장은 방과 후, 학생 제자훈련에 최선을 다했었다. 하지만 교과 과정에서는 세속적 가치관을 최선을 다해 가르쳤다. 그 후, 박현수 교장은 기독교 세계관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공부했다. 

"교육도 하나님의 것인데 세상에 빼앗겼다 아이들을 하나님의 사람으로 어떻게 키워낼까 기도하면 연구한 결과가 별무리학교입니다."

학교를 위한 마을 공동체

또 다른 특징은 학교가 마을 공동체와 함께 있다는 점이다. 별무리학교는 다른 대안학교들처럼 시골에 학교만 덩그러니 놓여 있지 않다. 기독교 교육의 가치를 이루고, 학교를 세우기 위려고 헌신한 교사 마을 공동체 중심에 있다. 그래서 마을 이름도 별무리마을이다.

마을은 사람의 계획이 아니었다. 설립 과정에서 하나님께 받은 선물이었다. 박현수 교장은 학교 설립을 위해 땅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농림부의 전원마을 사업을 알게 됐다. 도시에서 귀농하는 가정을 돕는 정부 지원 사업이었다. 귀농 가정이 20가구 이상이면 10억 원, 30가정 이상이면 15억 원, 50가정 이상이면 20억 원을 지원해 도로, 통신 등의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 


별무리학교를 위해 뜻을 모은 교사선교회 선생님들은 별무리마을을 세웠다. 별무리마을은 별무리학교의 가장 큰 후원자이기도 하다.


"이 사업을 알고 나서 20가정이 움직이는 일이 가능할까 고민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감동이 너무 커서 대표직을 걸고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간사님들에게 3주 안에 참여하겠다는 가정이 20가정이 넘으면 하나님의 뜻으로 알고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동의를 얻어 게시판에 글을 올렸지요. 첫 주에는 한 가정이, 2주에는 11가정이 신청했습니다. 마감하던 날까지 21가정이 함께하기로 약속했고, 신청자가 계속 늘어 34가정이 지원했습니다."

마을 공동체는 별무리학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이 학생 공동체를 책임지기 때문이다. 별무리학교는 초등학교 5학년과 6학년, 중학교 1학년 과정부터 운영하기 시작했다. 중학생들은 전원 기숙사에 살고, 20명이 조금 넘는 초등학생들은 마을에서 홈스테이 형식으로 지낸다. 홈스테이는 초등학생들에게 가정에 가까운 환경이 필요할 것이라는 선생님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전원주택들은 홈스테이를 계획하고 설계해 2층 구조로 지었다. 

<CGNTV 'TV빛과소금' - 별무리학교 편 방송 보기>
     
존중에서 시작하는 교육

별무리학교의 공동체 생활은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든다. 아무리 좋은 환경과 교재를 제공해도 교육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별무리학교도 학교 설립을 준비할 때는 기독교 세계관을 중심으로 교육하면 된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학생들을 받아보니 상황이 달랐다. 아이들이 교육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들 마음속에는 상처가 숨겨져 있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라 상처가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친구와 부모 등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가 많았다. 아이들에게는 교육보다 관계가 필요했다. 변화는 교사들의 존중에서 시작됐다. 학생은 교사들에게 상처를 하나둘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수시로 선생님들에게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이 늘었고, 부모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이야기했다. 


아이들은 서로 경쟁해서 이기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 대신, 대화와 토론으로 서로 이해하며, 소명을 따라가는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간다.


"대부분 부모와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가 많았습니다. 학생과 부모의 관계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교육이 진행되지 않아요. 상처의 치유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모를 학교로 오게 해서 부모와 아이의 문제를 나눴습니다. 어떤 이유로 마음의 상처가 생겼는지 이야기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의 상처를 전혀 몰랐습니다. 부모와 학생이 상처를 나누고 대면하게 도왔습니다. 그러자 부모와 학생들이 모두 치유되더군요."

교육은 학생들들과 교사의 인격적인 만남에서 시작한다. 청소년기는 자존감이 가장 낮은 시기다. 자존감은 인격적인 관계를 회복하고, 어그러진 관계를 치유해야 높아진다.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 하면 교육은 불가능하다. 현재 공교육 현실에서 교육이 불가능한 이유다. 교사들은 행정업무에 가르치는 일도 버겁다. 아이뿐 아니라 부모와도 관계를 맺어야, 관계의 '쓴뿌리'를 찾아내서 회복하도록 돕는 일 자체도 어렵다. 

그렇기에 별무리학교는 교사를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여긴다. 기독교 교육 과정은 곧 교사라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 회복을 도울 수 있어야 하며, 교과 과정을 기독교 세계관으로 해석할 수 있는 눈도 필요하다. 여기에 학생들이 하나님과 관계할 수 있도록 신앙적인 부분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갖춘 교사가 있다면 어디서든 기독교 학교를 시작할 수 있다. 
     
변화의 시작, 기도

교사가 중요한 이유도 교육은 학생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도움으로 자존감을 회복한 학생들은 교육의 중심에 선다. 별무리학교에서 1년을 보낸 학생들은 이제 갈등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길 원한다.

교육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다. 교사와 학생이 오랜 시간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공교육에서는 시간이 없기에 조급하게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듣는 법과 말하는 법을 배운다. 그냥 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 쉬운 부분이지만, 교육을 위해 꼭 필요한 도구다. 


교육은 학생이 교제하면서 일어난다. 교사와 교제하고, 친구와 교제한다. 인격적 교제의 회복은 하나님과 교제하도록 돕는다. 하나님과 교제하면 사명을 발견할 수 있고, 학업에 집중하게 된다. 


공동체는 이런 교제의 장이다. 공동체에서 살면 친구 간의 문제도 대충 넘어갈 수 없다. 문제가 길어지면 모두가 힘들어진다. 온종일 함께 지내야 하니, 결국 학생들이 함께 해결책을 찾아 관계가 좋아지도록 돕는다. 

"두 친구가 크게 다투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생회가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수요일에 학생 기도회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더군요. 자신들이 스스로 기도회를 열고, 서로 용서하고 용납하도록 기도하겠다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우려가 컸지만, 아이들이 잘 감당해내더라구요. 학생들이 서로 대화하는 법을 교사를 통해 배우고, 실천하고 있어 기쁩니다."

이런 변화에는 교육뿐 아니라 교사들의 중보 기도가 큰 역할을 한다. 교사들이 학생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문제를 함께 직면한다. 그럼 그 문제를 두고 매일 기도한다. 별무리학교 교사들만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별무리마을에 함께 사는 모든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기도한다. 

<CGNTV 'TV빛과소금' - 별무리학교 편 방송 보기>

지속적인 학부모 연수로 마음 지키도록 돕는다

별무리학교는 현재 5학년, 6학년, 7학년(중 1과정)으로 운영한다. 매년 한 학년씩 교육 과정을 계속 만들어갈 계획이다. 교과 과정을 계속 연구 발전시켜야 하고, 학생들이 순차적으로 과정을 밟고 올라가도록 돕기 위함이다. 추후에는 고등학교 과정도 만들고, 인가학교가 되서 등록금도 낮추고 싶다. 

박현수 교장은 학부모들도 걱정한다. 학년이 높아질 수록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흔들릴 위험이 큰 까닭이다. 신입생을 뽑을 때, 성적은 보지 않는다. 공동체로 살 수 있는지만 면접으로 확인한다. 별무리학교에 학생을 보낼 결정을 내리니 부모라면 분명 깊이 고민하고 선택했을 것이다. 아이가 행복하고, 사명을 따라 살기 원해서 보냈을 테니 말이다.



우리가 사는 환경은 부모가 내린 결정을 계속 지키며 살기에는 불안과 부담이 너무 크다. 주변에서는 자녀를 여러 학원에 보내고, 학업 성적과 등수 이야기가 오간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산골짜기에서 교육받으며, 학원 하나 보내지 않는다. 괜찮을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별무리학부모 연수도 지속해서 제공한다. 아이에 대한 고민으로 상담해 오는 부모가 많은 이유도 있지만, 처음 학교에 학생을 맡겼을 때의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잘 생각해 보면 등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학생에게 아무리 좋은 교재를 제공하고, 학원에 보내도 공부에 이유를 느끼지 못하면 공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이유를 발견하면 아이는 공부하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학생에게 주신 소명을 발견하도록 돕는 일이지요. 

소명을 발견하고 목표가 생기면 무섭게 공부합니다. 땅을 일구는 농부가 되는 꿈을 찾는다면 땅에 대해 공부하며 즐거움을 찾을 것입니다. 다른 분야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알게 된다면 목표를 향해 뛰어갈 것이고요."
     
기독교 교육 네트워크 형성으로 교사를 키운다

별무리학교는 기독교 대안학교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기독교 교육의 근간인 기독 교사 양성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이 그것이다. 박현수 교장은 좋은교사운동이나 교사선교회에서 자료와 사례를 공유하면서 인력 풀을 넓혀 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뿐 아니라 각지에 흩어져 있는 교사와 단체들과 도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예비 교사들을 위해서도 연수나 체험 행사도 준비한다. 벌써 다녀간 예비 교사들도 많다. 얼마 전에는 교육대와 사범대 학생들이 별무리학교를 1주일간 방문하여 체험했다. 이들은 기독 교사로 살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배웠다고 소감을 나누기도 했다. 


별무리학교의 이름은 하나님께서 하늘에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내주실 하나님의 사람으로 자라가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학생들에게도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별무리학교에 올 학생들이 아니더라도 일주일간 체험하고 싶은 학생들은 누구든 신청해서 경험할 수 있게 도울 계획이다. 
     
별무리학교는 12월에 신입생 지원을 받는다. 별무리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할 수 있다. 신입생 선발은 캠프를 통해 이뤄지며, 부모와 학생 면접도 캠프에서 진행한다.

<CGNTV 'TV빛과소금' - 별무리학교 편 방송 보기>


지난 기사 포트폴리오로 올립니다. 

월간 <빛과소금> 3월 호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사진 저작권은 전부 <빛과소금>에 있습니다.

http://www.duranno.com/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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