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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Review/신학

외향성을 추구하는 교회에 내향적인 교인으로 살아가기

창조의흔적 2022. 8. 9. 18:01

애덤 S. 맥휴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기독교에 내향적인 인물이 과연 필요한지, 과연 그들은 어떤 리더로 서야 하는지 솔직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외향성을 추구하는 교회에서, 아주 잘 적응한 리더였기 때문일 것이다. 자랑을 좀 하면, 나는 400명 정도 하는 청년회를 이끌었고, 그 사람들 앞에서 찬양을 4년 정도 인도했다. 교회에서 아주 열심히 신앙생활하다, 나중에 신학대학원에 진학해 목회자를 꿈꾸었던 흔하디 흔한 청년이었다. 교회 밖에서도 신앙생활을 외향적 그리스도인답게 열심히 했다. 대학교에서는 C.C.C.에서 전도 생활에 최선을 다했다. 말씀이 부족해지지 않도록 신앙 서적, 신학 서적을 두루 섭렵했다. 스스로 내외가 가득찬 사람이라고 여길 정도였다. 

 

나는 이 책 1장에서 말하는 ‘복음주의 신학의 기조 세 가지’에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는 교회에서의 사교성이 말해 주었다. 말씀 중심이 되려고 성경 묵상과 여려 책을 보았고, 개인 전도는 선교단체에서 훈련받으며 열심히 했다. 그런 나는 신앙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리더였다. 학교에서는 기독학생연합회와 C.C.C에서 회장과 대표순장을 동시에 맡았고, 교회에서는 청년부 회장 출신에 찬양 인도자였으니 내 영향력은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상당히 높아졌다. 난 예수와 같은 길을 간다고 여겼다. 

 

20대를 지내며 나는 그런 성향을 더욱 갈고 닦았다. 20년 전의 나는 이 책에서 말하는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은 진짜 기독교인이 아니라 생각했다. 하지만, 신앙에서 신학이 더해지니 무엇인가 교회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내 교만이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그때 아래 글과 유사한 생각을 했다. 

 

“점점 파편화되고 빠르게 진행되며 수다스러움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나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교회와 세상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깊이를 향한 갈망이라고 생각한다. 영적으로 성숙한 내향적인 사람은 현대 사회의 생활 방식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것은 사려 깊고 상상력이 풍부하면서 다소 느리게 사는 방식이다.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기독교적 삶의 질은 내적 삶의 질에 근거를 둔다. 영적으로 풍성한 내향적인 사람은 각자의 영혼 깊은 곳으로 그리고 하나님의 마음 깊은 곳으로 내려간다.”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115쪽

 

내향적 사람들이 깊이를 향한 갈망을 선물할 수 있다니, 현대 사회에서 생각도 할 수 없는 말이다. 가만히 생각하려고 하면, 뒤쳐지는 느낌이 드는 세상에서 감히 멈춘다고? 교회도 프로그램 중심으로 꽉 차서 돌아가는데, 이 무슨 말인가. 가만히 멈추면 줄 무언인가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여기서 ‘다소 느리게 사는 방식’을 선물할 수 있다고 하지만,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자세히 생각하면 틀린 이야기가 아니다. 신대원에서 공부하는 이유가 단순히 교회가 더욱 잘 굴러가게 하는데 있지 않았다. 사람을 돕기 위함이라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렇게 배워서 일하는 목회자가 있는가. 아니, 솔직히 그런 교회도 본적이 없다. 대다수 교회가 그렇지 못하다. 진짜 사람을 돕기 위해 교회 공동체가 필요한데, 교회는 그저 잘 굴러가는 일에만 몰두한다. 그리고 그 일에 내향적인 사람은 소외받기 마련이다. 

제목이 조금 그렇기는 하지만, 내용은 정말 알찼다.

“하나님의 은사는 우리가 그것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또는 우리가 그것을 사용하기에 적절한지를 따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성격 유형에 따라 좌우되지도 않는다. 하나님은 리더십의 은사를 내리기 전에 그가 외향적인지 확인하지 않으신다. 또한 실수로 은사를 내리지도 않으신다. 하나님은 당신의 은사와 그 은사를 받을 이들을 끝까지 지켜보시며, 은사를 받아들여 교회의 유익을 위해 사용할 능력을 그들에게 허용하신다.”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194쪽

 

리더십은 계속 변한다. 어쩌면 현재 더욱 필요한 지도자는 내적 힘을 갖춘 사람일지 모른다. 특히 성품이라고 이야기하는 덕목을 제대로 지닌, 진정성으로 우리를 이끌 인물인지도 모른다. 이건 외향적인 사람이 제대로 갖추기 힘들다. 

 

이 책이 쓰인 외향성의 천국, 미국에서는 더욱 힘든 일이다. 미국인의 외향적인 면모는 감히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다. 나도 1년 반 정도 미국에서 지냈는데, 정말 이들의 외향성에는 두 손 들었다. 우리사회도 미국식 리더십이나 영성을 닮고 싶어 한다. 15년 전, 단기선교를 함께 갔던 장로가 “한국 교회에 있는 젊은이들은 저런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며, 미국 교회에서 함께한 청년을 칭찬했던 기억이 있다. 진정성은 찾아 볼 수 없던 인물이었지만, 외향성과 결단력을 갖춘 인물이었다. 미국에는 이런 인물이 정말 많다. 과연 이런 인물이 교회에 더욱 필요할까? 제대로 된 진정성을 갖춘 인물이 필요할까? 

 

내향적인 교인이 절반이나 된다. 그들은 조용히 하나님을 갈망한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외향적인 리더가 지도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더 필요한 인물은 교회를 성장시키지 않더라도, 우리를 성숙으로 인도할 사람인지 모른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내향적인 인사가 필요한 시기인지 모른다. 

 

이 책이 처음 쓰인, 내가 30대에 발을 들인 2009년에 이 책이 번역됐더라면 신학을 계속 공부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신학을 그만둔 일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외향만을 쫓던 내가, 교회 지도자가 안 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잘 포용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오히려 그들이 믿음을 추구하는 방식을 무시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현재의 예배가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그들의 삶과 관계와 예배 방식이 열등하다고 말하고 있음을 교회가 깨닫기를 소망한다.(중략) 제자도에 한 가지 형태만 있는 것이 아니듯, 예배에도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중략) 예배의 균형을 이룰 때 내향적인 사람만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외향적인 사람들도 말을 멈춘 사이에 하나님께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울 것이고, “잠잠하고 신뢰하여야 힘을 얻을 것”(사 30:15)임을 더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285쪽

 

이제 힘을 얻기 위해 조용히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우는 예배로 돌아가야겠다. 한국에도 미국과 같이 예배당의 탈 스타벅스같은 상황은 없지만, 조용한 가운데 예배하는 작은 공동체들은 있다. 그런 거룩한 장소로 다시 가야겠다. 그리고 내향적 그리스도인들이 오히려 환대받는 교회 공동체를 그려 본다. 

 

“다행스럽게도 미국 기독교에서 교회들이 예배 환경을 콘서트 장소나 스타벅스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하는 최근의 흐름은 지나가고, 이제 우리는 성소를 거룩한 장소로 여기는 위대한 전통으로 돌아섰다.”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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