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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앙이와 춤을

무법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다

창조의흔적 2013. 11. 9. 00:55

초보 집사의 고양이 양육 일기 : 리앙이와 함께 춤을 (1)



새벽녁, 주방에서 무엇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거기에 앙칼진 고양이 울음 소리가 더해지니 눈이 번쩍 뜨인다. 어제까지 조용했던 집이었는데, 이게 무슨 소린가 싶어 놀랐다. 고양이와의 첫날 밤은 그렇게 시작됐다. 


애교덩어리, 고양이의 첫인상이었다. 원래 주인이었던 CGNTV 손동준 기자가 집으로 고양이를 데리고 왔던 날, 등을 쓰다듬어주자 배를 내밀던 귀염둥이의 이름은 리앙이, 7개월 된 숫고양이다. 고양이를 무서워하던 아내도 이 녀석의 애교를 당해내지 못했다. 예쁘다면서 연신 사진을 찍으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보여 안심했다. 


고양이 입양은 아내가 나를 위해 먼저 제안한 일이었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아내가 고양이를 무서워해서 키울 수 없다고 반대했다. 그런데 직장 동료인 손 기자의 제안을 나를 생각해 어렵게 승락한 것이다. 늘 나를 먼저 생각해 주는 아내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흠, 흠. 팔불출은 여기서 접고, 다시 고양이 이야기로 돌아온다. 리앙이의 진짜 애교는 침대에서 드러났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쓰다듬어 달라고 다가왔다. 고양이가 발톱으로 얼굴을 긁을까 걱정하던 아내도 그저 웃기만 했다. 여튼 녀석은 내 오른 허벅지 옆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와 함께 잔다고? 고양이는 야행성인데? 완전 효자네." 나는 아내에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행복한 마음은 거기까지였다. 문제는 내가 생긴 것과 다르게 잠자리에 민감하다는 점이었다. 몇 시간 자다말고, 리앙이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첫 울음 소리를 드자 바로 눈이 뜨여졌다. 자신들의 소음은 그냥 넘어가도, 우리 집 소음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옆집에서 항의가 들어올까 거실로 후다닥 뛰어 나갔다. 


시간은 새벽 3시. 적응이 의외로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적응하려면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그리고 리앙이가 우리 집에 적응할 때까지, 내 새벽은 없을 것이라는 불안함이 머리를 스쳤다. 첫날밤, 변변한 장난감 하나 준비 못한 집사의 불찰이 자승자박으로 돌아왔다. 결국 좁은 집안 구석구석을 함께 누비며, 그는 뛰어오르고 나는 따라가서 붙잡는 숨바꼭질을 춤추듯 밤새 할 수 밖에 없었다. 7개월 고양이의 우다다를 직접 경험한 뜨거운 밤이었다.


고양이의 이런 습성을 몰랐던 건 아니다. 그저 앎과 경험에는 정말 큰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을 뿐. 앞으로 매일 써나가겠지만, 그렇게 4일 밤을 새웠다. 내 수면 시간은 늘 3시간 안팍. 아랑곳 않고 잘 수 있는 아내님의 깊은 잠을 그저 부러워진 4일이었다. 샤워할 때마다 흘린 코피를 보며,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에 새삼스러워졌다는 게 함정. 오늘 새벽이 잠시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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