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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Review

지역 사회 춤추게 하는 생명공동체 꿈꾼다 - 주민교회

창조의흔적 2013. 3. 20. 17:01

주민교회 김진 목사


UN은 지난 2012년을 국제 협동조합의 해로 정했다. 어려운 세계 경제를 헤쳐나갈 돌파구로 UN이 협동조합을 선택한 것이다. 반기문 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은 경제발전과 사회적 책임 모두를 추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환기해 주는 조언자"라고 설명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도 협동조합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말이 간간이 들린다. 실제로 국회는 지난 201111,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했다. 자유로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협동조합의 바람은 교회에도 조금씩 불고 있다. 지역 교회가 되어야 한다는 신학적 성찰이 깊어지면서, 지역민을 위한 지역 교회가 되는 일환으로 협동조합이 논의되는 모양이다. 대부분 비영리단체이며, 이윤은 모두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교회와 지역을 이어줄 좋은 다리가 된다는 판단이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개신교 단체도 한국교회와 협동조합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지역민 섬기는 주민교회


성남시 태평동에 있는 주민교회는 이런 주민협동조합 사역의 시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는 주민교회는 어려운 지역 빈민을 위하는 역사와 함께했다. 격동의 시기였던 1970년대. 사회는 경제 성장을 이뤄갔지만, 빈민도 계속 늘어갔다. 당시 서울에 살던 많은 빈민이 정부의 강제 이주 정책에 광주대단지로 내몰렸다. 전기는 물론 상하수도 시설도 없었다. 주민의 불만이 폭주하자 정부는 광주대단지를 성남시로 승격하고 환경 개선을 약속했다.

 

주민교회를 개척해 40여 년간 목회한 이해학 원로목사는 이런 성남 지역민들을 돕고 싶었다. 어려운 지역민들을 위해 가장 먼저 내린 결정은 신용협동조합(신협)이었다. 전세금이 없어서 길거리에 나앉는 교인들과 지역민들이 부지기수였다. 은행 문턱에 갈 수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경제적 토양을 마련하기 위해 대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이 교회가 '돈놀이'를 한다며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해학 원로목사는 신협이 힘들고 지친 주민을 돕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주민신협은 태평동 지역 서민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문턱 없는 금융기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최초 조합원 47명이 1000원씩 낸 조합비 47000원으로 1979년에 시작한 신협은 현재 14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조합원도 25000명에 이른다.


주민교회가 지역민을 섬기는 것은 신협에서 그치지 않는다. 건강을 해치는 먹을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명협동조합(생협)을 만들었다. 생협은 농촌을 살리는 방안이기도 했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방식의 농산물 직거래 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직거래 채소는 유기농으로 생산해 팔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만족감이 높았다. 1989년에 39명이 설립자금 100만 원으로 시작한 생협의 현재 조합원 수는 1600명이 넘는다.

 

신협과 생협의 수익은 모두 지역 사회로 환원한다. 다른 협동조합보다 환원 규모가 크다. 지역 시장 활성화를 돕고, 지역 사회 문화 활동 공간도 마련했다.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과 작은 도서관도 운영한다. 사회적 기업을 돕기도 하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도록 돕는다. 또한 교육을 위해 주민교회가 운영한 방과 후 학교는 지역 아동의 배움터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 가장 소외된 계층 중 하나인 이주민노동자와 다문화 가정을 위한 센터도 최초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노숙인을 돌보는 사역도 한다.

 

주민신협 내부, 복지회관 외경.


교회 단체로 운영하지 않는 원칙

 

기관들은 교회 소속이 아니다. 주민교회는 조직한 단체들의 운영체계와 운영 장소를 교회로부터 독립시킨다. 주민교회에는 '우리 것이다'라는 생각이 없다. 그러므로 협동조합 등 기관들을 교회가 세우더라도 자립할 여력이 되면 교회에서 완전 독립시킨다. 교회는 내가 다 했다는 의식을 배제하고, 기관이 자체적으로 주민 속에 녹아들기 바라는 마음이다.

 

이해학 원로목사에 이어 지난 20125월 주민교회 2대 담임목사로 임직한 김진 목사는 "한국교회가 시혜하는 태도를 지양하고, 섬김의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사회복지 활동을 무척 많이 운영합니다. 규모가 정부 예산의 몇 %에 해당할 정도지요. 그런데 사회에서 전혀 존경을 못 받는습니다. 그것은 태도가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섬기고 나누는 태도보다는 교회 이름으로 시혜하려고만 합니다. 교회를 자꾸 드러내지요. 교회가 드러나니 예수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초대교회 같은 교회 꿈꾼다

 

많은 교회가 꿈꾸듯 주민교회도 초대교회를 목표로 한다. 물론 일반적 교회가 그리는 초대교회와 구체적인 목표에서 차이가 조금 있다. 보통 초대교회를 이야기하면 부흥, 교회 성장, 교인들의 헌신, 매일 모여 예배하는 뜨거운 신앙생활 등을 생각한다. 하지만 주민교회가 생각하는 초대교회는 교회뿐 아니라 교회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의 실제 삶과도 이어지는 구체적인 행동이다. 주민교회가 생각하는 초대교회에 대한 김진 목사의 설명은 이렇다.

 

"초대교회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모습 중 하나는 교인들이 가진 것을 나누어 서로의 필요를 채우고 공유했다는 사실입니다. 가진 자와 없는 자가 소유를 공유하는 삶을 살아냈다는 의미지요. 현대뿐 아니라 당시에도 굉장히 획기적인 모습이다. 초대교회 모습을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식이 바로 협동조합입니다. 사실 교회 내에서도 잘 안 되는 일이고요. 그것도 계속 극복해 나가야 하지만, 사회적으로 서로의 필요를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하나의 사회적 나눔 방식으로 협동조합은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원동력, ''''의 영성

 

주민교회가 이런 삶을 살아낼 수 있는 원동력은 이들이 추구하는 영성 때문이다. 주민교회는 세상에서 하나님나라를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성스러운 것과 속된 것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저 예수 그리스도가 걸어가신 삶을 생각하며, 그 길을 따르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사실 주민교회가 민중 교회라는 의미에서 김진 목사를 담임으로 청빙한 건 그런 방향에서였다. 김진 목사는 주민교회에 오기 전까지 한국교회의 영성 회복을 위해 노력한 목회자다. 영성 전문가라고나 할까. 늘 깊이 성찰하며, 살아내는 영성을 훈련했다. 어떤 면에서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민중 교회와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김진 목사는 민중교회 중 주민교회가 균형이 잘 잡힌 교회라고 평가한다. 사실 민중 교회건 보수적 의미의 교회건 균형 있는 영성이 중요하다. 영성이 기독교의 기본인 이유다. 기본이 없으면 보수적 교회건 진보적 교회건 힘을 잃는다. 어찌 보면 최근 한국교회가 전체적으로 힘을 잃어가는 모습이 기본을 제대로 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진 목사는 ''의 영성과 ''의 영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김진 목사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교회는 무엇이 되지도 않았는데 어떤 행동을 함만 강조해 문제였다. 진정한 그리스도인 됨을 훈련하면 행함이 없을 수 없다. 그렇다고 행함만 계속 강조하다 보면 결국 소진되고 고갈된다. 됨과 함이 선순환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본을 보이신 이는 바로 예수님이다.

 

현재 주민교회는 이런 영성훈련으로 다시 기초체력을 다지고 있다. 그 일환으로 예수의 삶과 말씀을 가르치는 '예수학교'를 지난해 6월 시작했다. 얼마 전 2단계까지 마친 예수학교는 예수의 삶, 예수의 기도, 예수의 영성, 예수의 마음, 예수의 혁명 등 총 6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최종 목표, 지역민과 함께하는 생명공동체

 

오는 3, 40주년을 맞이하는 주민교회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두 가지인데, 사실 하나로 이어진다. 먼저 또 다른 조합을 만들 계획이다. 바로 주택협동조합이다. 현재 교회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형태로 교회를 건축하고 있다. 건물 이름은 '주민 태평동락 커뮤니티'. 이 건물 지하에 교회가 들어간다. 건물은 상가와 작은 방 60, 교인들이 들어가서 생활할 3개 층으로 구성했다. 건물 안에서 모든 문화생활과 양육, 교육이 가능하도록 준비할 방침이다.

 

주민 태평동락 커뮤니티는 주택협동조합 조합원을 모집해 건축비용을 차감한다.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대학생들과 주민에게 시가보다 저렴한 비용에 빌려준다. 주택협동조합은 주민 태평동락 커뮤니티 안에 들어와 사는 모든 사람에게 문화적이고, 교육적인 혜택을 돌려준다. 그래서 교회도 소극장 형식으로 지었다. 교회에서 예배도 드리지만,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도 사용될 수 있게 했다. 옆에는 카페도 만들 생각이다.

 

두 번째 목표는 협동조합을 뛰어넘는 공동체 건설이다. 사실 공동체는 주민교회 역사 속에서 고민한 희망이고 결과다. 물론 공동체는 교회 생활공동체를 먼저 실행한다. 주민 태평동락 커뮤니티 3개 층에서 시작할 생활공동체가 바로 그것이다. 김진 목사는 "새로운 삶에 대해 대안을 꿈꾸는 사람에게 공동체는 상당히 좋은 대안이다. 나중에는 농촌에서 귀농 공동체를 만들어 도농공동체를 형성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생활공동체를 넘어 지역 마을 공동체를 이루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주민과 함께하는 생명공동체가 목표다. 태평3동이라는 마을 안에 하나의 큰 의미의 공동체를 꿈꾼다. 신협, 생협, 복지관, 교회, 문화시설은 마을 공동체를 위한 인프라로 사용한다. 이 단체들을 주민과 잘 연계해서 마을 사람들이 행복한 마을 공동체 운동을 그리고 있다. 성미산마을이나, 삼각산마을처럼 축제나 문화, 예술 활동까지 마을 주민과 함께 준비해갈 계획이다


지난 기사 포트폴리오로 올립니다. 

월간 <빛과소금> 2월 호에 기고한 기사입니다. 

사진 저작권은 전부 <빛과소금>에 있습니다.

http://www.duranno.com/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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