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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앙이와 춤을

우리가 동물을 위해 돈을 쓰다니!!

창조의흔적 2013. 11. 9. 22:23

초보 집사의 고양이 양육 일기 : 리앙이와 함께 춤을 (2)



고양이를 기다렸지만, 정작 우리 집은 리앙이를 위해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고양이 관련 서적도 리앙이가 우리 집으로 오는 당일에 샀다. 리앙이와 보낸 첫날밤이 어려웠던 이유도 어쩌면 포탈 사이트에서 오다가다 본 글들이 전부였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연애를 위해 마음만 준비하고, 연애를 지속할 방법을 몰라 헤어지는 연인처럼 리앙이에게 마음만 간 건 아니었나 싶어 미안했다. 밤을 새워 책도 보고, 쓰라는 글을 안 쓰고 고양이 관련 정보만 계속 찾았다. 


고양이를 제대로 알지 못하니, 하루 만에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많지 않았다. 하여튼, 내 고양이를 먼저 알아야 하고, 고양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몇 가지 물건을 갖춰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마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이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결론이라고 생각할까 두렵지만, 그냥 하루 고양이와 지내고 파악한 집사의 한계였다. 고양이도 묘격이(인격이 아니라) 각자 다르니, 알아가는 건 당연한 핵심사항. 중요한 건 고양이 물품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집중했다는 것. 


다음으로 물품 구매는 우리 집에 리앙이가 잘 적응하도록 돕는 방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은 고양이가 숨어들어 갈 장소가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내다 보니 아니란 걸 알았지만.) 대의명분은 그렇고, 고양이 물품에 물욕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전문 매장이 집에서 3분 거리에 있다는 걸 알았다. 아내와 함께 고양이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 알게 된 온라인 쇼핑몰의 오프라인 매장이었다. 매장이 가깝다는 말에 우리 리앙이에게 필요한 걸 당장 채워주리라는 초보 집사의 쓸데없는 물욕이 눈을 가린 것이다. 


아무튼, 우리 부부에게 중요한 건 고양이와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힘쓰자고 다짐한 일이다. 이전 글에도 이야기했지만, 아내는 고양이를 무서워했기에 우리에겐 엄청난 결단이었다. 고양이와 알아가는 과정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되, 당장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매일 노력하기로 했다. 필요한 용품은 당장 사기로 했다. 당연히 원래 주인이었던 손동준 기자에게 고양이 용품을 받았다. 고양이 털 관련 용품, 화장실과 모래, 사료와 밥통, 스크래쳐 등. 그러니 당장 필요한 몇 가지만 더 갖추면 될 터. 우리 리앙이가 우리 집에 잘 적응하도록. (^^;)


퇴근 후, 아내와 만나 저녁을 먹고 바로 매장으로 향했다. 먼저 화장실 용품을 확인했다. 화장실 모래도 떨어졌고, 원래 주인에게 받은 화장실 문이 망가져 리앙이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다. 화장실 변기에 바로 버릴 수 있는 말랑말랑한 나무 같은 느낌의 톱밥을 화장실에 깔아주었는데, 그게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화장실 모래로 사용하는 용품이 어찌나 많은지. 사장님이 할인하는 제품을 권해주셔서 그걸로 샀다. (개인적으로 냄새가 마음에 안 들어서 다음에 바꿀 계획인데, 좋은 건지 모르겠네요.) 


다음으로 문이 없는 화장실을 샀다. 고장 날 일이 없도록. 거기에 거름망이 있어서 리앙이가 소변을 봤을 때, 젖은 모래 용품이 가루가 되어 밑으로 떨어질 수 있는 녀석으로 골랐다. 모래에 들어가는 비용을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겠기에. 모양새도 마음에 들고, 기능도 마음에 드니 일거양득이랄까. 마지막으로 리앙이 장난감을 골랐다. 고양이가 들어갈 수 있는 주머니도 샀다. 안은 극세사 담요 같은 느낌이고, 바스락거리는 장난감도 있어 리앙이가 좋아할 것 같았다. 거기에 낚싯대와 레이저 포인터로 마무리. 


10만 원이 넘는 총액에 살짝 긴장했다. 물론 아내가 직장인이지만, 프리랜서로 글쓰기를 하는 내가 감당하기에는 조금 큰돈이었다. 계산하며, 우리 부부는 동물을 위해 10만 원을 쓰긴 처음이라며 웃었다. 우리가 산 용품들을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이렇게 기대가 될 수 없다. 리앙이와 친해질 수 있다니, 리앙이와 가까워질 수 있다니. 당연히 물건으로 가까워질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마음이 전달되어 함께 행복하게 지낼 수 있기를 기대했기에 즐거움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리앙아 기다려. 오늘부터 제대로 한 식구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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